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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면 개의치 않았다. 학교 밖에서도 수가 나를 지배했다. 볼리비
아에서 돌아와 몸무게를 재보았다. 56킬로그램이었다. 나는 의기
양양했다. 체질량지수 BMI가 18.3이었으니까.
숫자의 조종을 받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대학교의 동료
들도 과학 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의 수가 많아질수록 지위가 올
라갔다. 내 어머니가 일하던 병원에서도 올해의 상위 100개 병원
순위 발표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아버지는 예순다섯이
되던 날 은퇴를 해야 했다.
그런데 후아니타와의 대화가 수에 깃든 의미심장한 진실을 드
러냈다. 내가 모은 수치들에 나 자신이 영향을 끼쳤듯이, 내 주위의
모두가 삶의 지침으로 사용하는 수치들에도 다른 누군가의 입김
이 작용했다. 교사들이 계산한 시험 점수, 의사들이 계산한 최적의
BMI 수치, 정책입안자들이 계산한 적정 퇴직연령 등의 수치들도
(절댓값이 아니라) 전부 그걸 계산한 사람들한테서 영향을 받는다.
2014년 박사학위를 마친 뒤 나는 기자가 되기로 했다. 후아니타
와 대화를 나누면서 숫자 너머에 있는 이야기가 숫자 자체보다 더
재미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온라인 언론
22 위험한 숫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