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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기 위한 준비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박살이 났다.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뛰놀던 아들의 모습은 찾
            아보기 힘들었고,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가는 학원에서

            는 늘 ‘과제 소홀’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엄마에게 보내왔다.

                게임 때문에 일상을 한순간 엉망으로 만든 아들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그때 나는 속된 말로 ‘눈이 뒤집혔다.’ ‘너 죽
            고, 나 죽자’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깟 게임은 잠깐씩 하

            고 말아야 했다. 게임 중독은 남의 이야기여야 했다. 하지만

            아들은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했고, 일어나도
            퀭한 눈으로 굼뜨게 움직였다. 냄새 나는 화장실에서 엄마 아
            빠 몰래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느라.

                게임이 아들, 아니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넘어온 순간이었다. 서로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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