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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하루하루 부쩍 크는 아이들
                   을 보면서 말 못 할 만큼 큰 행복감을 느꼈다. 그것이 내가 살
                   아가는 이유였다. 그런데 게임이 아빠와 엄마가 했던 그간의

                   노력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려고 했다. 모든 게 무너지

                   려 했다.
                       처음엔 현실을 부인했다.
                       ‘내 아들이 설마….’

                       한참 잠이 많은 열 살 아들이 몰래 게임을 하려고 새벽

                   에 일어나 살금살금 화장실에 들어가 양변기에 쪼그리고 앉
                   아 한두 시간씩 보내고 있었다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
                   나고 있었다. 황당함은 분노로, 분노는 실망으로 이어졌다.

                   ‘철석같이 믿었던’, 아니 ‘믿고 싶었던’ 아들에 대한 나의 희망

                   이 무너지는 소리를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듣게 되었을 때 나
                   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침착하려 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

                   각하고 쿨하게 넘기고 싶었다. 그럴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어렸을 적엔 아케이드 게임을 하지 않았던가. 그뿐인가.
                   직장인이 돼서도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회사 화장실에 숨
                   어서 20분이고 30분이고 한게임 고스톱을 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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