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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보다 또 다른 세계인 게임의 공
간에서 자기를 찾으려 했다. 게임이 자신을 소유하도록 내버
려뒀다. 아들은 게임의 노예가 되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중
이었다.
뛰어난 학생이 되도록 압박을 받고, 부모로부터 받는 기
대가 버거워서 일종의 ‘도피처’로서 게임을 선택한 것일까.
답답했다. 나비가 거미줄을 스칠 때 같은 그 접촉 한 번으로
아들이 이렇게 된 것이 한탄스러웠다.
사실 첫째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만 해도 ‘자랑
스러운 내 새끼’였다.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엄마 아빠
말도 잘 듣고, 게다가 학교 성적도, 담임 선생님의 평가도 좋
았다. 그랬던 첫째가 게임을 접하게 된 후 마치 자신의 재능
과 미래의 꿈을 닫은 듯이 행동했다. 밝았던 얼굴은 어두워졌
고(게임 속 세상에서는 한없이 밝았을지도 모르겠지만) 학업 성적
은 떨어졌다.
이상한 일은 또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뒤 아들은 틈
만 나면 낮잠을 자기 일쑤였다.
‘키가 크려고 하나?’
엄마, 아빠의 순진한 기대는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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