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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은, 고1이 된 지금도 앵그
                   리버드를 하던 그 시간의 짜릿함을 이야기했다.
                       “게임에 처음 빠진 건 앵그리버드였어요. 아빠가 아이패

                   드에 깔아주셨던 그 게임이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아이패드

                   로 레고 게임 같은 것도 했어요. 나중에는 붐비치, 클래쉬로
                   얄, 스페셜솔져, 배틀그라운드 그런 여러 게임을 했는데, 역
                   시 가장 빠져서 했던 게임은 ‘앵그리버드’죠.”

                       ‘통탄’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 아닐

                   까. 나의 무지함을 지금까지도 통탄한다. 아들을 가만히 있게
                   하고 싶어서 게임을 권했다니…. 아빠를 대신해 아들에게 게
                   임을 붙여두다니…. 돌이킬 수 없이 명백한 내 실수였다. 내

                   가 ‘아들의 게임 중독’을 허락한 것이다. 꼴랑 나만의 시간 몇

                   분 가지려고 아들의 영혼을 희생시켰다. 아들은 그때부터 게
                   임을 하고 싶어 부모와 슬그머니 멀어졌고, 언제 들킬지 몰라
                   불안해 했으며, 공부는 뒷전으로 미뤘다.

                       앵그리버드를 통해 아들은 게임 설계자들이 마련해둔

                   재미와 보상의 체계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부모의 지시와 결
                   정에 따라야 하던 아이는, 게임 세상에서만큼은 스스로 주인
                   공이 되어 결과를 통제할 수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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