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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오해 하나가 관계를 순식간에 어그러트린다. 냉전이 오래될

                     수록 관계는 더 풀기 어려워진다. 이때는 먼저 손을 내밀어보자. 엉

                     킨 실타래 같던 관계가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가족에게까지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힘든 일

                   을 숨기고 단순히 안부 전화만 건네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
                   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통할 수 없다. 나는 자라면서 부모님

                   이 나에게 공감해주시기를 바랐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분들

                   은 내가 아니니 자식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이해
                   하지 못하셨다. 결국 이런 일을 몇십, 몇백 번 겪고 나서야 깨닫

                   는다. 그분들에게 진짜 속마음을 잘 드러내야 한다. 나 또한 처

                   음부터 울고 싶을 만큼 힘든 심정을 부모에게 털어놓은 뒤에 퇴
                   사를 이야기했다면 분명 기대했던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

                   을 것이다.

                     며칠이 더 지난 어느 날 밤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요즘 어떠신지 여쭈어보았다. 아버지

                   를 통해, 어머니가 수입이 없는 나를 걱정해 명절 음식을 평소

                   보다 많이 해서 싸 보내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는 그렇게
                   고집만 부리지 말고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보라고 말씀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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