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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명절 음식이 눈에 들어왔다. 식비도 아낄 겸 그 음식으로 저
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꼼꼼하신 어머니는 명절 음식도 허투루 만드시는 법이 없다.
대나무 잎을 꼼꼼하게 펴서 음식을 감싼 티가 역력했다. 어머니
는 지병인 팔목의 통증을 참아가며 음식을 하나하나 끈으로 꽉
꽉 묶어 보내셨을 것이다. 무더운 날씨에 열 몇 시간 동안 재료
를 손질하고, 싸고, 찌고, 다시 식혀서 찬합에 담아 아버지 편에
보내셨을 것이다.
정성스러운 음식을 입에 가득 베어 물었더니 조금 전까지 빈
털터리 신세인 스스로를 한심해하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지
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갑자기 집이 그리워졌다. 내려가서 가족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
다. 하지만 그때 내게는 고향으로 내려갈 왕복 차표를 끊을 돈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2주를 보냈다. 내 고집은
아무짝에 쓸모도 없고 고칠 방법도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배고픔을 참아가며 그 월세 아파트에 남아
있었던 것일까.
반항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자식들은 무슨 일이든
제대로 해내어 부모의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보수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