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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당신의 관계에 정리가 필요할 때







              사살에 들어갔다. 흥분한 나 역시 한마디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

                “됐어요. 앞으로는 그 어떤 말씀도 드리지 않을 거예요.”

                이후 가족의 전화를 일체 받지 않았다.
                이런 대화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나는 낙심했을 때 가족에게

              이해와 응원을 받으려고 하지만, 늘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다. 오히려 비난을 받으니 되려 있던 자존감이 깎인다. 일의 옳
              고 그름을 떠나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인데, 이럴 때 부모님은

              늘 어린 애들이 무엇을 알겠냐는 식으로 반응한다. 이렇게 가

              르치려고 드는 태도는 성인이 된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
              게 만든다. 그러면 결국 서로 목소리를 높이게 되고, 끝내 관계

              는 망가진다. 마치 자동차 두 대가 마주 보고 질주하다가 충돌

              해 박살이 나는 상황이 연상된다. 평화롭게 끝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어머니와의 단절은 반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언젠가 명절을 앞두고 어머니 대신 아버지가 내게
              명절 음식을 보내주었지만, 그마저도 열어보지도 않고 바로 냉

              동실에 넣어버렸다. 퇴사하고 집에서만 지내는 나날이 길어지

              다 보니 어느새 통장 잔고는 얼마 남지 않았고, 냉장고는 텅 비
              어버렸다. 막막한 기분으로 냉동실을 열었다가 신문지로 잘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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