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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 대기실에 앉아 일일이 메시지에 답장을 보낸 다음,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켜고 못다 한 일을 처리했다.

                     끊어질 듯한 배를 부여잡고 응급실로 향하던 지난밤과 퇴원
                   하고서도 다시 일에 빠져 허우적대던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

                   다. 모든 일을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앞서다 보니 미처 몸을 돌

                   보지 못한 것 같았다. 피곤함에 절어 수염마저 덥수룩해진 거울
                   속 내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

                   고 나 자신을 이렇게까지 혹사시키는지 모르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하루는 한정되어 있고, 내가 소화해야 할 역할이 너무 많았

                   다. 한번은 한 연예인을 스타일링해주는 업무를 진행하는 날이

                   었다. 연예인 집에 방문해 여러 가지 옷들과 가방을 늘어놓고
                   그날 콘셉트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선정하고 있었다. 마침 내 책

                   신간 홍보 기간과 맞물리는 바람에 정신 없이 관련 메시지가 쏟

                   아졌다. 덕분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느라 상대 연예인이
                   하는 말의 디테일을 놓치고 적당히 대답하는 우를 범했다. 내

                   반응이 평소와 다른 것을 포착한 상대가 먼저 물었다.

                     “윌리엄, 요즘 너무 바쁜 거 아니에요?”
                     얼른 휴대전화를 한쪽으로 치우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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