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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는 것은 나약함의 상징이었다. 우리 가족은 고통스럽고 위험한
순간에도 앞만 보며 달려, 현재 우리가 누리는 것을 쟁취한 강인한
사람들이었다. 우리에게 의사는 피가 나거나 어디가 부러져야만 만
나러 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해 2월의 어느 밤, 나는 내가 피 흘리고 어딘가 부러졌
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대로 가다간 모든 걸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
도, 도움을 청하는 일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똑똑하고 용기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나를 갉아먹고 있는 이 병이
그냥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랫
동안 이 병은 언젠가 스스로 사라질 것이라고, 내가 물려받은 솔직
함과 유머 감각이 이 어두운 녀석을 몰아내줄 거라고 생각해왔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꾸역꾸역 참아낸 날들이 벌써 일 년 이상이었다. 뼛속 깊은 곳까
지 피로가 스며들었고, 가짜 미소도 억지로 노력해야만 지어졌다.
온종일 피곤했고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직장에는 감기에 걸
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병가를 냈다. 억지로 침대에서 기어 나와 또
하루를 사는 날이 반복됐다. 기억력도 나빠졌다. 누군가의 긴 이야
기에 귀 기울여 들어도 머릿속에 한 단어도 들어오지 않는 날이 계
속되었다. 분명 그 자리에 있었는데 자세한 것은 하나도 기억이 나
지 않았다.
나는 우울이란 감정이 내가 처한 상황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
각했다. 그때 직장에서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고, 아무도 내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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