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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담겨 있다. 실제 다른 아이들을 너무 잘 돕는다며 ‘착한 성격’
을 고쳐달라고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상담실을 찾은 부모도 있었
다. 지금도 그 아이의 당혹스러운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요청을 잘 들어주고, 늘 습관적으로 상대를 배려하
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착하다’고 한다. 이
게 과연 ‘착한’ 게 맞나? 혼란을 줄이려면 착함을 둘로 구분할 필요
가 있다. ‘성숙한 착함’과 ‘미숙한 착함’이다. 먼저 ‘미숙한 착함’, 이
것은 간단히 말해 ‘순응’이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르는 어린이의 모습과 같다. 아이들은 힘이 약하고 비판적
사고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다르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고 누가 시킨다고 해서
그대로 따르지도 않는다. 그러니 어른이 아이처럼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따라 한다면 착한 것이 아니라 미숙한 것이다. ‘아이-어른’
의 관계에서는 필요했던 ‘순응’이라는 방식을 ‘어른-어른’의 관계에
서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숙한 착함’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마음이 어질고
선하다’는 의미다. 미숙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성숙해서 그렇다. 이
들은 자기 주관이 있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할 줄 알고, 사람들
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기준에 따라 옳고 그름을 구분해서
행동하고,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를 보면 안타깝게 여기고 친절을 베
푼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희생’을 착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자기
1장.착해서힘든게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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