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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게 아니라 ‘약한’ 거야
착한 사람은 굳이 스스로에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
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다. 또 내가 이
만큼 해줬으니까 너도 나에게 이만큼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계산하
지도 않는다. 상대와의 관계가 염려되어 자기가 힘든 걸 참고 억지
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성숙한 착함’이란 기본적으로 자
신에게도 좋고 상대에게도 좋은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흔히 “오른손
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다. 예수가 남긴 이 말을 우
리는 보통 ‘좋은 일은 남들에게 알리지 말고 하라’는 의미로 해석한
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알리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중요한
의미는 ‘보상을 바라지 말고 좋은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인정이나 보
상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하는 행위 그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
바로 성숙한 착함이며 사랑이다.
서연은 왜 남자친구와 만날 때 단둘이 만나고 싶은 마음을 굳이
억누르고 친구까지 불러 같이 만나야 했을까? 그게 친구를 챙겨주
는 일이었을까? 친구에게 그것은 결코 자신을 위한 배려가 아니었
다. 친구는 오히려 불편하니 “그냥 너네 둘이 만나!”라고 이야기하
곤 했지만, 집 근처까지 가서 친구를 불러낸 건 서연이었다. 당연히
친구는 서연 커플과 셋이서 만난 적이 있다고 해서 자신 또한 그래
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남자친구와
관련된 일을 서연에게 모두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1부.문제는바운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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