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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하거나 약속시간에 늦어도 웃는 낯으로 넘어간다. 그뿐 아니다.
                         서연은 친구의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기억해서 잘 챙겨준다. 쇼핑할

                         때에도 친구에게 어울릴 만한 게 있으면 하나 더 사서 선물로 준다.
                         연락도 늘 자기가 먼저 한다. 좋은 친구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생

                         각하기에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친구에게 시시콜콜 이야기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고마워하던 상대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연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긴다. 상대가 자기 이야기를 잘 안 하거나 자신
                         에게 너무 소홀하다고 느껴지면 한 번씩 속이 상한다. ‘얘는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라는 의문이 종종 들지만, 그래도 참는

                         다. 그런 걸 굳이 이야기하면 어색해지고 불편해지니까. 그러나 ‘가

                         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이런 일이 계속 쌓이면, 감정의 둑이 허
                         물어져내리고 도저히 참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면 서연은

                         연락을 끊고 만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어느새 하나의 패턴이 되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서연은 자신이 착해서 늘 손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때로는 사람
                         들이 얄밉고 화가 나서 자신도 얌체처럼 행동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상대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몸에 배었다는
                         것이다. 서연은 우산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이어갔다. 비가 오는데

                         자기만 우산이 있다면 자신이 비를 더 맞더라도 친구 쪽으로 우산을
                         더 씌워준다고 했다. 설사 친구가 불편해하더라도 그렇게 해야 직성

                         이 풀린다니, 서연의 인간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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