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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만약 서연 씨에게 우산이 없다면 우산이 있는 친구들은
                    어떻게 하나요?”

                       “……그러게요. 저는 친구가 비를 덜 맞게 더 씌워준다고 했잖
                    아요. 친구 집이 더 멀면 집까지 데려다주거나 우산을 주거나 해요.

                    친구들이 괜찮다고 해도 그렇게 해요. 그런데 정작 친구들은 나를
                    배려해주지 않아서 속상할 때가 많아요. 내가 우산이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쓰지 않거나, 우산을 씌워주더라도 나한테 더 씌워주는 것

                    같지는 않아요. 때로는 자기 바쁘다고 그냥 가버려요. 난 아무리 바
                    빠도 끝까지 챙겨주는데, 치사하게!”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연은 ‘난 착한데 다른 사람들

                    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착하다는 말을 좋은 의미

                    로만 여기지는 않는 것 같았다. 사실 시대가 바뀌면서 ‘착하다’는 말
                    은 뉘앙스가 퍽 달라졌다. 만일 당신이 누군가에게 “당신은 참 착한

                    사람 같아요”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떨 것 같은가? 맥락에 따라 느
                    낌이 다를 수 있겠지만,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인이라면 선뜻

                    그 말이 반갑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착하다’는 말에는 어리숙하고, 자기 주장도 못하

                    고, 자기 것을 잘 못 챙기고, 개성이나 매력이 없는 사람을 표현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덧붙여졌다. ‘착하다’는 말이 ‘상처받기 쉬운’ 또는

                    ‘매력 없는’이라는 말과 비슷해진 셈이다. 부모들은 종종 이렇게 이
                    야기한다. “애가 착해빠졌어요.” “착해서 큰일이에요.” 착하기만 해

                    서 경쟁이 치열한 이 사회를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1부.문제는바운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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