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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은 착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스스로 돌보지 못할 만
큼 자아가 약해서 인간관계가 힘들다. 성인에게 나타나는 ‘미숙한
착함’ 아래에는 ‘낮은 자존감’과 ‘발달하지 못한 바운더리’가 자리잡
고 있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자아는 슬프게도 스스로 위안과 기
쁨을 만들어낼 줄 모른다. 그런 자아를 지닌 사람들은 관심사나 취
향, 성격 등의 동질감에 기초해서 편안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아
니라 과잉친절이나 순응을 통해 상대방의 인정과 관심을 얻고자 한
다.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위안과 기쁨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자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는 한쪽으로
기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들의 모습은 상대를 위하는 ‘척’하는 데 가
깝다. 실제로 이들은 관계에 대한 크나큰 기대에 압도된 나머지 상
대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다. 모든 주파수를 상대에게 맞추고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상대 자
체가 아니라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에 쏠려 있다. 상대가 어
떤 생각을 하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서로에게 무엇을 원하
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냥 자기 방식대로 열심히 잘해주면 상
대도 자신을 좋아해줄 것이라는 착각 속에 관계를 맺는다. 마치 자
신이 좋아하는 막대사탕을 엄마에게 한가득 주면 엄마도 기뻐할 것
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와도 같다. 물론 엄마는 아이의 의도를 알기
에 얼마든지 기쁜 척해줄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한 성인은 자신의 감
정을 조절하지만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서연은 상대를 나와 다른 마
1장.착해서힘든게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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