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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요구한다. 자신의 배려와 마음씀에 대해 상대가 어떤 식으로든
인정이나 보답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기대가 채워지지 못하
면 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겉으로는 부인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나는
너를 위해 이렇게 했는데 너는 왜 나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지?’라
는 잣대를 댄다. 그러므로 ‘미숙한 착함’을 가진 이들에게는 인간관
계 역시 일종의 거래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계산을
하는 ‘채권자 마인드’를 놓지 않는다. 이들은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과잉친절을 베풀어 인간관계를 일종의 채무관계로 만들어버리
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상대가 벗어나지 못하도록 계속 친절을 베
풀어 빚을 늘려놓는다.
그런데 상대가 계속 받기만 하고 갚을 생각이 없어 보이면 이들
은 결국 한계에 부딪혀 폭발한다. ‘왜 너는 나에게 받은 친절을 되갚
지 않아!’라며 일종의 빚 독촉을 한다. 그러나 상대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왜냐고? 먼저 빌려달라고 한 적이 없으니까. 물어보지도 않고
스스로 줘놓고서는 빌려준 것이라고 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지 않은
가! 특이하게도 이들은 완전한 빚 청산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상대
가 빚을 완전히 갚아버리면 서로를 이어주는 고리가 없어진다고 본
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은 늘 상대가 자신에게 해주
는 것 이상으로 친절과 배려를 베풀고 자신이 베푼 것보다 더 적게
받으려고 한다.
1장.착해서힘든게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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