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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 엘리스가 이것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순간 모든 게 딱 들어맞았어
요.” 인지행동치료의 두 선구자인 엘리스와 벡은 고대 그리스철학의
사상과 기법을 가져다가 서양 심리치료의 핵심에 집어넣었다.
정신분석가라면 나에게 사회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일으킨 것은
억눌린 리비도적 본능이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지행동치
료와 인지행동치료에 영감을 준 소크라테스Socrates 철학에 따르면
그게 원인은 아니었다. 정신의학의 주장대로 약물로 바로잡을 수 있
는 신경학적 기능장애도 아니었다. 사회불안장애와 우울증을 불러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나의 믿음이었다. 내게는 스스로를 숨 막히
게 하는 해로운 믿음과 사고습관이 있었다. ‘난 나 자신을 치명적으
로 망쳐버렸어.’ ‘나는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인정을 받아야 해. 그
러지 않으면 끝장이야.’ 이런 독성 있는 믿음이 내 정서적 고통의 중
심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내 감정은 이런 믿음을 따랐다. 나는 사람
들과 함께 있을 때면 극도로 불안해졌고,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우
울해졌다. 그런 믿음은 무의식적이었지만 인지행동치료를 하면서
나는 그 믿음을 들여다보고, 냉정하게 바라보고, 이치에 맞는지 생
각해보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왜 모두가 나를 인정해야 해? 그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는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
었다. 나는 서서히 해롭고 불합리한 믿음에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이
치에 맞는 믿음으로 어렵게나마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감정의
ABC 모델’에 따라 내 감정은 새로운 믿음을 따르기 시작했다. 나는
점차로 사람들 사이에서 덜 불안해하게 되었고, 우울증도 약해졌으
1. 소크라테스가 권하는 삶에 질문을 던지는 기술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