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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철학에서 현대의 심리학까지
처음 인지행동치료를 만났을 때, 그 아이디어와 기법이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고대 그리스철학에 대해 어쭙잖게 알던 것들이
떠올랐다. 2007년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되고 나서 나는 인지행
동치료의 기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먼저 뉴욕으로 날아가서 앨버
트 엘리스 Albert Ellis를 인터뷰했다. 그는 1950년대에 인지행동치료를
개발한 사람이다.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인터뷰를 했
고, 《타임스 The Times》에 그의 부고기사를 썼다. 그 뒤로 5년간 나는 인
지행동치료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인 아론 벡Aaron T. Beck을 비롯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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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적인 인지심리학자들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대 그
리스철학이 인지행동치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
아냈다. 예를 들어, 앨버트 엘리스는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에픽테토
스Epictetus의 다음과 같은 말에 특히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인
간은 현상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불안해진다.”
엘리스는 이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인 ‘감정의
ABC 모델’을 개발했다. 즉, 우리는 어떤 사건을 경험하고(A), 그것
을 해석하며(B), 그 해석에 따라 감정반응을 일으킨다(C). 엘리스는
스토아학파의 견해대로 인간은 사건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을 바꿈
으로써 감정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론 벡 또한 플라톤의 《국
가The Republic》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토아학파 철
학자들에게서도 영향을 받았어요.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사건 자체라기보다는 사건의 의미라고 했죠. 앨버
26 삶을 사랑하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