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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학과장은 영미 시문학의 권위자였지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기
에 걸맞은 인물은 아니었다.
“자네, 도박은 안 하지? 그럼 마약은?”
나는 도박도 마약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마약을 가
지고 무모한 실험을 한 적은 있었지만……. 설마 그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을까? 나는 애정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고, 최근까지는 꽤
행복했다. 친구들 중 몇 명이 정상궤도를 벗어나 살아갔고, 그중에
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 정신건
강이 무너져간다. 마약이 신경회로에 손상을 입혀서 평생 정서장애
를 안고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 나이대에 흔히 겪는 신경증에
걸린 것뿐일까? 알 수가 없었다.
“전 이제 괜찮아요. 정말이에요. 죄송……합니다…….”
“알겠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 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 정말 재미
있게 읽고 있어요.”
내가 말했다.
“그래. 아주 좋은 책이지?”
그렇게 우리는 안도하며 어두운 감정의 동굴에서 도망쳐 나와
학문적인 분위기로 돌아왔다.
나는 아주 좋은 교육을 받았고, 그 점에 무척 고마워한다. 영국
문학사 학위 덕분에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같이 훌륭한 작품을
1. 소크라테스가 권하는 삶에 질문을 던지는 기술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