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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떤 것인지 알려면 철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장애의 ‘현상학
                    phenomenology’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들은 그저 자신이

                    죽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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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술합니다.”  명백히 살아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
                    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이것은 분명 코타르증후
                    군 현상학의 일부다.

                       도서관을 떠나서 의과대학 가로 나왔다. 그러고는 뒤돌아 ‘르네
                    데카르트대학’이라고 새겨진 돌기둥 위의 석판을 다시 한 번 바라보

                    았다. 데카르트의 이름을 딴 대학에서 쥘 코타르를 연구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코타르의 이름을 딴 이 망상은 과연 데카르트의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코타르증후군 환자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
                    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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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적인 나’를 알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나 자신이라는 상 像
                    과 지속적인 정체감을 갖고 있는 자, 내가 적절하게 분투하고 있음
                    을 아는 자는 누구인가? 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더 나

                    아가, 그것들을 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위에서 이것들을 다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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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서 파악하는 자는 누구인가?”
                       정말 누구인가. 미국의 심리학자 고든 올포트 Gordon  Allport가 남긴
                    이 서정적인 사색은 인간이라는 가장 중요한 난제를 포착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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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올포트가 말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상세하게 안다.  그것은 우리
                    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있고, 잠들면 사라진다. 어쩌면 꿈에 다






                    20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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