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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적 맥락과의 연관성을 설명
하기 위해 그는 1990년대에 진료실을 찾아온 쉰다섯 살 남자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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례를 꺼냈다. 코언이 코타르증후군이라고 진단한 환자였다. 그 남
자의 망상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닌데도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생
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당시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조증 단
계에서 지나치게 성욕을 느끼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코언은 이것
이 그의 에이즈 망상과 관련 있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코타르 환자들의 심기망상 hypochondriacal delusion이 당대의 문화적 재앙
이었던 매독으로 나타났다. 그 시절에는 누군가가 성병에 걸리면 거
의 매독이라고 믿었다. 흥미롭게도 이 남자는 젊은 시절 군대에 있
을 때 실제로 매독에 걸렸다(코언은 그에게 항체가 있는지 검사했
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십 년 뒤 코타르증후군을 앓으면서 그의 망
상은 매독이 아니라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AIDS으로 바뀌었다.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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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몸에 신이 내린 형벌” 인 매독이 시대에 맞게 에이즈로 대체
된 것이다(이후 ‘매독’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그게 유일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사례가 아주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생각해요.”
코언은 말했다.
코타르증후군은 자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극심한 혼란을 느끼는 이 병은 자아가 자신의 몸, 자신
의 스토리, 그리고 사회적・문화적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
여준다. 뇌, 몸, 마음, 자아, 사회는 불가분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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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나는죽었다고말하는남자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