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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주기 위한, 매순간 자아에 대해 업데이트하는 신경 프로세스의 결
과물이라고 본다. 우리는 자아가 환상이며 자연의 가장 정교하고 교
묘한 속임수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속임수’나 ‘환상’이라
고 하는 이 모든 얘기들은 기본적인 사실을 오히려 혼란스럽게 만든
다. 자아가 없어지면 속임을 당하는 ‘나 I’도 없어진다. 착각하는 주
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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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데카르트대학에서 의과대학 가를 30분 정도 걸어 내려가면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지나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 Pitié-Salpétrière
Hospital에 다다른다. 이 병원은 쥘 코타르가 1864년 인턴으로 진료를
시작한 곳이다. 나는 그 병원의 소아청소년정신과 과장 데이비드 코
언 David Cohen을 만나러 갔다.
코언은 레지던트 과정부터 열 명 남짓한 코타르증후군 환자를 진
료했다. 병의 희귀성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많은 사례를 접한 코
언은 코타르증후군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우리는 어느 특
정 환자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열다섯 살 메이는 코타르증후군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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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중 가장 어린 나이로 기록되어 있다. 코언은 메이를 치료했고,
그녀가 회복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을 거쳐
코언은 메이의 망상을 그녀의 삶의 이력과 연결시킬 수 있었다. 그
는 어떻게 자아가 코타르 같은 망상 상태에서도 그 사람의 개인적인
일대기는 물론이고, 지배적인 문화규범의 영향까지 받는지를 엿보
았다.
22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