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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고요.”
                          지먼은 나에게 말했다.

                          “자기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증거가 눈앞에 있는데도 전혀 받
                        아들이지 않더군요.”

                          그레이엄이 ‘뇌가 죽었으니 나는 죽은 존재’라는 명백한 망상을
                        키워왔다는 사실에 나는 아주 놀랐다. 죽음의 법적 정의에 뇌사가

                        포함되지 않던 시대였다면 그의 망상이 좀 다르게 받아들여졌을까?
                          지먼은 여태껏 환자들을 진료해오면서 자신이 죽었다고 주장하

                        는 사례는 딱 한 번 봤다고 했다. 1980년대 중반, 영국 바스에서 수
                        련의 시절의 일이었다. 장기간에 걸쳐 대장 수술을 여러 번 받은 여

                        성 환자가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었다. 거듭된 수술로 그녀
                        의 몸은 피폐해져 있었다.

                          “그녀는 아주 우울해했고, 자신이 죽었다고 믿기 시작했어요. 그
                        녀가 겪은 정신적 충격이 워낙 크다는 걸 아니까 이상하게도 그녀를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그녀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지먼은 그레이엄의 증상을 인정하고 진단을 내렸다. 진단명은

                        19세기 프랑스의 신경학자이자 정신의학자였던 쥘 코타르 Jules  Cotard
                        가 처음으로 발견한 ‘코타르증후군 Cotard’s  syndrome’이었다.


                                                 ●  ●  ●



                          파리 6구의 의과대학 가 街를 걸어 내려가면 어마어마한 돌기둥들

                        이 보인다. 프랑스 네오클래식 건축의 빼어난 전형인 이 기둥들은
                        르네데카르트대학(파리5대학) 입구로 이어지는 주랑현관이다. 18세






                                                            1장.나는죽었다고말하는남자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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