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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타나려고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갖고 있고 통제하
는 몸에 뿌리내리고 있어서 거기로부터 세상을 지각하는 느낌이다.
첫 기억에서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어딘가로 시간을 가로지르며 뻗
어 있는 개인적 정체성의 느낌이다. 이것들은 모두 일관된 한 덩어
리로 묶인다. 이것이 바로 ‘자기감 sense of self’이다. 이렇듯 우리 자신
에게 개인적 친밀함이 있다고 해도 자아의 본질을 밝히는 것은 여전
히 우리에게 가장 큰 도전과제로 남는다.
기록으로 남은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인류는 늘 자아 self에 대해
매혹되는가 하면 당혹해했다. 로마 통치기의 그리스 여행가 파우사
니아스 Pausanias는 델파이 신전 앞에 새겨진 일곱 현자의 격언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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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고, 그중 하나가 “너 자신을 알라 Know thyself” 였다. 힌두교 경전 중
가장 분석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케나 우파니샤드 The Kena Upanishad》는
이런 말로 시작된다. “누구의 명령과 지시로 마음이 그 대상을 향해
가는가? (…) 인간은 누구의 의지로 말을 하는가? 어떤 힘이 눈과 귀
를 지휘하는가?” 12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시간에 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는데, 이는
동시에 자아에 관해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내게 묻지 않는
다면, 나는 안다. 하지만 누군가가 물어봐서 그것을 설명하려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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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나는 알지 못한다.”
부처에서 현대의 신경과학자와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
들이 자아의 본질에 관해 숙고해왔다. ‘나’는 정말 있을까, 아니면 환
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나’라는 것이 뇌에 있다면 뇌 어느 부분
에 있을까? 신경과학은 자기감이 뇌와 몸 사이에 일어나는 복합적
상호작용의 결과이자 한 사람의 개성을 이음새 없이 매끈하게 연결
1장.나는죽었다고말하는남자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