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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처럼 보일까? 아니면 그들은 혹시 치료자와 싸우는 걸까? 내
                        담자는 외상에서 비롯된 증상이나 문제의 짐을 덜기 위해 찾아오지
                        만, 자기소외를 자기연민으로 바꾸는 작업은 생각만 해도 끔찍할 만

                        큼 힘들 수 있다. 내담자와 치료자 모두 내담자의 마음과 몸에서 벌
                        어지는 내적 투쟁을 설명할 언어가 없다. 성격과 정체성이 조각나서

                        각기 분리될 수 있다는 개념을 거부하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치료자
                        들은 분리 split를 알아차리는 훈련을 거의 받지 않으며, 목표와 본능

                        이 서로 엇갈리는 ‘자기들 selves’(이 책에서 자기는 self를, 자기들은 selves
                        를 번역한 것이다. 복수형이 사용된 것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하나 이상

                        의 인격을 가리키기 위해서다‐옮긴이)이 생사를 걸고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는 것은 더더구나 모른다.
                          나는 성격장애 personality disorder, 2형양극성장애 bipolar II, 심지어 조

                        현병 schizophrenia처럼 난치성 진단을 받고 우리에게 오는 가장 복잡하
                        고 까다로운 내담자들을 어떻게 이해할지 널리 나누고자 이 책을 썼

                        다. 나와 동료들은 30년이 넘도록 ‘맨몸으로 부딪쳐가며’ 트라우마
                        에 대해 배웠는데, 이는 전적으로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세계, 침습
                        적이고 압도하는 증상들, 그리고 소멸과 버림받음을 예상하면서 살

                        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에게 가르쳐주었기에 가능했다.
                        내담자의 필요에 맞춤한 치료법이 없었기에 우리는 그때그때 새로

                        운 기법과 치료법을 만들어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거나 내
                        담자가 마음이라도 편해지면 계속 사용하는 방식을 따랐다.

                          1990년대에 나는 외상센터에서 강사이자 지도감독자로 있으면
                        서 트라우마의 이해에 혁명을 일으키기 시작한 신경과학 연구와

                        “몸은 기억한다” Van der Kolk, 2014 라는 베셀 반 데어 콜크Bessel Van der Kolk
                        의 믿음에 깊게 영향을 받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외상과 관련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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