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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혜택은 우리 모두의 몫으로 돌아온다.

               알츠하이머병이 어느 단계에서든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이유는, 나이나 병의 진행 정도를 떠나 스스로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미래에 품었던 모

           든 기대와 계획이 뒤엎어지기 때문이다. 의사뿐 아니라 가족
           이나 친구 같은 사람들과 힘겨운 대화를 나눠야 할 수도 있

           다. 내 환자들이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단을 받은 주변 사
           람 중에는 속 깊은 감정을 털어놓는 이들도 있었지만 감정을

           전혀 내비치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저마다 자기만의 대처 방

           식이 있는 것이다. 나는 모든 방식을 존중한다. 이상하게 보
           일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이 병에 완전히 매료됐다. 이

           전까지 과학자이자 신경과 의사로서 일하는 내내 나는 이
           병을 밖에서만 관찰했다. 그런데 이제는 객석 맨 앞줄에 앉

           아 있다. 아니, 호랑이와 함께 링에 올라가 있다고 해야 할까.
           물론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낙심했

           었다. 하지만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리고 알고 보니

           내가 평생 유지해온 습관들, 다시 말해 비교적 초연한 태도
           로 문제에 접근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가설을 세우고 발견

           하는 일이 나의 대처기제가 되어주었다. 지금 나는 바로 그

           점에 무척 감사한다. 그리고 초기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과학
           과 의학과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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