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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돌아가서 말이다. 한심한 노릇이다.
가호가 근무하는 회사는 도쿄의 예전 골목상권 분위기
가 남아 있는 동네에 있다. 주로 가전제품용 취급설명서
를 외주 제작하는, 직원 약 30명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이
다. 구시대적 분위기가 강한 이 회사에도 자연스럽게 재택
근무와 온라인 미팅이 도입되었다. 여전히 오십 대 이상의
관리직 중에는 출근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아 가호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할 때도 있다. 히사다 에리나가 도시락
의 나물무침을 입에 넣은 후 질렸다는 듯 말한다. 에리나
는 가호보다 다섯 살 많은 회사 선배다.
“아니, 도대체 이 아저씨들 머릿속은 왜 업데이트가 안
되는 걸까. 너무 낡아서 고쳐 쓰기 불가능한 건가.”
둘이 이런 이야기를 무수히 나누는 사이 그들에 대한 포
기의 마음은 어느새 ‘이해할 수 없음’으로 바뀌었다.
“그러게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아저
씨들 머릿속에선.”
그렇게 말하는 가호도 이제 삼십 대 중반이다.
“가호 씨도 오늘은 전무님 손님 약속 때문에 일부러 출
근한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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