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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며 멋대로 예전 모습을 대입해본 것뿐일지 모른다. 다만
           유치원을 다닐 때의 들뜬 기분만은 틀림없이 지금도 명확

           히 떠올릴 수 있다.

             가호에겐 세 살 위의 언니가 한 명 있다. 언니가 하는 건
           뭐든 부러웠다. 하늘색의 원피스 원복을 차려입고 남색 리

           본이 달린 밀짚모자를 쓰고 씩씩하게 등원하는 모습을 얼

           마나 동경했던지. 나이를 한 번에 두 살씩 먹었으면 좋겠
           다고, 지금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을 마음속으로

           바라곤 했다.
             “빨리 유치원에 가게 해주세요.”

             가호는 이불 속에서 매일 그렇게 중얼거리다 잠들곤 했
           다. 꿈에 그리던 유치원에선 악기를 연주하거나 운동장에

           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의미도 알지 못하는 영어 노래를 배

           웠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만들기 시간이었다.
             모조지를 잘라 계절별 행사와 관련된 장식품을 만들거

           나 빈 병에 지점토를 붙여서 꽃병으로 꾸몄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그려준 그림을 잘라서 입체로 만든 다음 교실에
           장식하기도 했다. 가호는 그런 작업을 아주 잘했는데 언제

           나 반에서 가장 빨리 완성했다. 다른 아이들이 서툴게 가
           위질하느라 애쓰는 모습을 곁눈질하면서 “선생님, 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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