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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다. 또래보다 도구 사용에
               익숙했던 이유는 언니가 하는 걸 보면서 집에서 먼저 해보

               았기 때문이다. 예습을 마친 가호는 솜씨가 좋았다.

                 어느 날 가호네 반을 담당하던 교사가 가호의 엄마에게
               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학부모 참관수업 같은 거였다.

                 “가호는요, 늘 만들기 시간에 제일 빨리 끝내요. 그런데

               풀칠한 게 떨어지거나 가위질이 말끔하게 안 되어 있거나
               그래요. 성격이 급한 것 같아요.”

                 유치원 교사와 부모가 흔히 나누는 가벼운 잡담이었다.
               딱히 주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가호는

               그 말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당시 가호가 곁눈질
               하며 속으로 비웃었던 아이들은 작업 자체는 느려도 밑그

               림 선대로 정확히 자르고 각끼리 잘 맞춰 풀을 발라서 말

               끔하게 완성했을 것이다. 그 아이들은 화려하진 않더라도
               꼼꼼하고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을까.

                 가호는 지금도 뭔가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생각한다.

               ‘아 이런, 또 풀칠한 게 떨어져버렸구나’라고. 제일 먼저 결
               승 테이프를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출발신호보다 먼저 나

               가는 바람에 탈락한 기분이 든다. 혹은 정해진 코스를 달
               리지 않아서 처음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해야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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