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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뇌가 죽어도 정신은 살아 있을 수 있다

                    는 발상은 오히려 극단적인 이원론의 표현이지요.”

                      철학적 사색거리와 별개로, 그레이엄의 상황은 별로 좋지 않았
                    다. 제먼은 말했다.

                      “그는 활기 없이 맥이 빠져 있었고, 목소리에도 정서 변화가 드
                    러나지 않았어요. 이따금 미소가 살짝 스치기도 했지만, 표정 변화

                    는 거의 없었죠. 존재한다는 것 자체에 극도로 절망하는 사람이 어

                    떤지,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을 너무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어
                    떤지 아시죠?”









                      코타르증후군을 앓는 환자는 종종 극심한 우울을 겪는다. 대부
                    분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나

                    는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한 명을 더 만났다. 파리의 빅토르 위고

                    거리에 있는 진료실에서 만난 윌리엄 드카르발류 William de Carvalho
                    는 코타르증후군 환자의 우울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코타르증후

                    군이 우울 척도에서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그림
                    을 그려 보여주었다. 그는 왼쪽에 ‘정상’이라고 적어넣은 뒤, ‘슬프

                    다’ ‘우울하다’ ‘매우 우울하다’ ‘병적으로 우울하다’라는 단어를
                    똑같은 간격을 두고 차례차례 오른쪽으로 써나갔다. 그러고 나서

                    점 몇 개를 더 찍었는데, 그 진행 방향은 더는 직선 모양이 아니었





                    1장 |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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