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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다음 날, 드카르발류는 성 안나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내가 물었죠. ‘왜 아내를 죽이려 했습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
하더군요. ‘네, 그건 교수형을 당해도 싼 범죄입니다.’ 그는 사형당
하기를 바랐지만, 프랑스에는 사형제도가 없었습니다.”
그 남자는 코타르증후군의 또 다른 특징적 증상인 죄책감을 극
단적인 형태로 보여주었다.
“또 그는 자신이 히틀러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더
니 자기는 인류에게 크나큰 해악이라며 죽음을 당할 수 있도록 도
와달라고 요청하더군요.”
그 환자는 체중이 줄었고 제멋대로 자란 턱수염은 헝클어져 있
었다. 많은 물을 써가면서 샤워할 권리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목
욕을 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코타르증후군으로 극심하게 고통
받고 있었고, 병원은 기록을 남기기 위해 그에 관한 영상 자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촬영 도중 어느 순간 환자는 흰 시트를 끌어올
려 얼굴을 가렸다.
“나는 너무 나빠요. 나는 사람들이 이걸 보면서 나의 사악함에
물드는 걸 원치 않아요.”
그는 카메라 뒤에 서 있던 드카르발류에게 말했다. 의사 드카르
발류는 이건 자료로 남기기 위한 영상일 뿐이라고, 어느 누구에게
도 영향을 줄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말했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나는 너
무 나빠요.’”
1장 |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