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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 점들 끝에 그는 ‘코타르’라고 써넣었다.

                “코타르 앞에는 지구에서 토성까지 뻗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검은 장벽 같은 게 서 있어요. 그 벽 너머는 볼 수가 없는 거죠.”

                말쑥한 프랑스계 세네갈 사람인 그는 말솜씨가 좋았다.

                그는 개업의였지만, 파리에서 유명한 성聖 안나 병원에서도 일
              하고 있었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 진료했던 코타르 환자 한 명

              을 기억해냈다. 그 남자는 전형적인 ‘우울의 오메가’ 모습을 띠고

              있었다. 이 표현은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의 저서 《인간과 동물의
              정서표현 The Expression of Emotions in Man and Animals》에서 유래되었다.

              다윈은 “코 위와 두 눈썹 사이로 피부가 주름 잡히면서 만들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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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얼굴 표정이 그리스 문자 오메가 Ω를 닮았다” 고 썼다. 다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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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을 얼굴의 “슬픔 근육” 이라고 했는데, 다윈의 이러한 생생

              한 묘사에서 영감을 받아 독일의 정신의학자 하인리히 쉴러 Hein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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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hüle는 1878년에 “우울의 오메가” 라는 용어를 고안해냈다.
                드카르발류가 진료한 환자는 쉰 살의 엔지니어이자 시인이었
              다. 그는 자신의 아내를 죽이려는 것처럼 꾸몄다. 두 손을 아내의

              목 주위에 갖다 댄 뒤, 아내에게 경찰을 부르라고 했다. 경찰이 도

              착해보니 불안정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남자가 있었다. 그래
              서 경찰은 그를 경찰서가 아니라 곧바로 성 안나 병원으로 데려갔

              다(그는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 Louis Althusser를 모방했다. 우
              울장애를 앓고 있던 알튀세르는 1980년 아내를 목 졸라 죽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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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원에 먼저 수용되었다가 감옥으로 옮겨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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