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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동생들이 부모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때마다 동생들에게 먼저 용서를 빌라고 하거나 자
신이 중재자 노릇을 자처했다. 린나 씨가 제일 자신 있는 일이
었다. 가정에서 그녀는 오래 전 이미 자기 생각은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생존 전략이 가정에서는 훌륭하게 작용했기에 린나 씨
는 일찍이 목소리를 내지 않음으로써 부모의 사랑을 얻고 사려
깊고 철든 아이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 자기 목소리를 제
거하는 방식으로 사랑과 관심을 얻었던 것이다.
우리는 관계를 잃을까 두려워
스스로 발을 묶는다
린나 씨의 세상에는 최후 방어선이 없었고 경계선은 더욱 없
었다. 무언가를 요구받을 때마다 그녀는 ‘들어주지 않으면 이
관계를 잃게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늘 초조해서 권위자를 찾아야만 했다.
권위에 불만을 품고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그 권위를 필요로
했다. 상사가 작업량을 지나치게 늘릴까 봐 두려웠지만, 혼자서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더욱 두려웠다. 오랫동안 착한 아이
였던 그녀의 마음속에는 ‘말 잘 듣는다’라는 칭찬이 ‘주관을 가
1장 상처받은 아이는 자라서 어떤 관계 문제를 겪는가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