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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면 관계가 틀어질까 두렵고 또 순진하게도 언젠가는 다
른 사람이 자신의 처지에 서서 생각해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을 낮추고 다시 한 번 상대방에게 애걸하며 잘 보이
려고 노력하고, 자신이 약자임을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자각하
기를 바란다.
그런데 화를 내야 이런 국면을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분노를 좀처럼 발견해내지 못하는
데다 좋은 사람이라는 짐까지 지고 있어서 좀처럼 공평한 대우
를 요구하지 못한다. 내면의 분노를 바로 볼 줄 알았다면 경직
된 비위 맞추기로 그 관계들을 지속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낮춰야 하는 관계는 처음부터 평
등하지 않다. 분노를 똑바로 바라봐야만 얌전하고 착한 아이가
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그래야만 주목받
을 수 있고 중요한 사람으로 대우받을 수 있다.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마음 한구석을 똑바로 마주할 때 비로소 자신을 받아들
일 수 있고 타인과 나를 균형 있게 좋아할 수 있다.
40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