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P. 14
물 위로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냄새는 정말 말도 못할 지경이
었다. 나는 풋내기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와 동행한 수사
관이 설명하기를 경찰 측에서는 그 남성의 시신이 몇 달째 거기 있
었으며, 그동안 불어난 물에 두세 번 정도 잠겼을 것이라 믿고 있
다고 했다.
냄새가 정말 강렬했다. 어찌나 강한지 그 수사관이 이렇게 말했
다. “17년 동안 일하면서 이렇게 지독한 냄새는 처음입니다.” 나는
이번 현장이 처음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사
실 초짜 티를 내지 않으면서 이 일을 제대로 하겠다고 단단히 마
음먹고 있었기 때문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식물에 붙어있는 부패
한 살점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냄새가 너무 심
해 마음 한편에서 구역질의 욕구가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
만 꾹 참고 조사를 이어갔다. 나는 히말라야물봉선의 줄기를 봤다.
아니, 간신히 베어지지 않은 줄기 밑동을 봤다고 해야겠다. 부패한
사람의 신체 조직 일부가 이 줄기들을 땅바닥에 납작하게 누르고
있었다. 아마도 남성의 시신이 이 줄기 위에 있었거나, 어쩌다 그
위에 걸치게 됐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몸에서 생리적 반응이 올라
오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경쾌하
게 수사관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작전은 효과가 있어서 욕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