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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들은 시신이 발견된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사진

                속 현장에는 강둑을 따라 식물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어서, 일부가

                물에 잠긴 쇼핑 카트와 아주 심하게 부패한 남성의 시신만 없었다
                면 꽤 목가적으로 보일 풍경이었다. 남성이 입고 있던 옷은 부분

                적으로 남아있었는데, 대부분 변색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

                성의 흉곽, 척추, 팔 그리고 살점이 일부 떨어져나간 머리뼈만큼은

                분명하게 보였다. 치아도 드러나 있었다. 치아를 덮어줄 입술이 남
                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술은 그 남성의 시신을 먹고 사는 다양

                한 유기체들 때문에 사라지고 없었다. 부패가 워낙 심하다 보니 몸

                에 남은 색은 목탄처럼 짙은 회색빛이나 잿빛밖에 없었다. 그 색이

                시신을 둘러싸고 있는 늦여름 식물들의 진한 초록색과 강렬한 대
                조를 이뤘다. 나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내 안에서 어떤 반응이 나

                올지 기다렸다. 내가 이런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음, 괜찮을 것

                같았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수사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도울 수 있겠다고 답한 후에
                현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출발하기 전에 위층의 동료들을 찾아갔

                다. 두 사람 모두 법곤충학자        forensic entomologist 다. 런던 자연사박물

                관은 공룡 전문 박물관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 세

                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리고 연구자와 큐레이터





                프롤로그    전화 한 통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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