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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가장 무섭다. 작년부터 당연했던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아플 때만 쓰던 마스크가 당

            연한 일상복이 되었고 재난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이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사람을 일단 경계

            하며 거리를 두는 것도 당연해졌다. 초등학교에서는 등교도

            드문드문 하는데 친구들끼리 대화도 금지해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고 한다. 나에게는 아파도 당연히 가는 곳이 학교였고

            그곳에는 당연히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의 학교는 예전에

            당연하게 생각하던 학교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것, 즉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태도가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생생한 죽음의 현장에서 느끼는 삶의 의미



            몇 년 전 독일 다하우 수용소에 다녀온 적이 있다. 갈비뼈가

            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몰골, 좁은 침대에 멸치 떼같이
            포개진 채 무너진 인권,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는 가스실로

            향하고 이미 숨이 끊어진 자는 소각실로 향하는 기막힌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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