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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점차 자신의 모든 고통을 손에 쥔 오브라이언에게 애정을

                     느끼는 지경에 이른다. 고통의 절정은 쥐가 든 상자가 윈스턴

                     머리에 씌워지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 인간의 속마음만큼은 그

                     누구도 절대 지배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 윈스턴. 하지만 그
              PART 2    급격히 높아진 삶의 난이도
                     는 쥐 앞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배신하고 만다. “줄리아한테
                     하세요! 줄리아한테! 제게 하지 말고 줄리아한테 하세요! 그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요.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

                     도, 살갗을 벗겨 뼈를 발라내도 말예요. 저는 안 돼요! 줄리아
                     한테 하세요! 저는 안 됩니다!”        32 ●

                            절규하는 그를 보며 나는 깊은 패배감을 느꼈다. 후대

                     의 인간에게 남겨줄 유산은 건전한 정신이라고 굳게 믿었던
                     한 인간이 허무하게 파괴되자 나는 인간 존재의 처절한 무력

                     감에 소름이 끼쳤다. 굴복한 윈스턴은 오브라이언에게 순종하

                     게 되었고 마침내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30 ●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
                                                  서》, 청아출판사, 2020, 125쪽
                                              31 ●       빅터 프랭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
                                                  서》, 청아출판사, 2020, 131쪽
                                              32 ●       조지 오웰, 《1984》, 민음사, 2003, 401~4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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