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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이 열리면 부동산 사장님들 10명 중 10명은 나를 집 안으로
먼저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 10명 중에 절반 정도는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들어왔다. 집을 보여주는 공식 같
은 게 있는 모양이다. 공인중개사 실무 단계에서 배우는 매너 같은 것
인가.
아내 회사가 있는 노량진역 주변의 집을 보러 갔다. 동작구청 근처
부동산에 가서 매매 물건을 문의했다.
“예산은 얼마나 생각하시는데요?”
“2억 원 정도요.”
“대출 좀 받으면 3억 원대 중반도 괜찮으시죠?”
“대출 1억 원 포함해서 최대 2억 원인데요.”
“그 돈으로 아파트는 힘들고, 여기 빌라나 좀 봐요.”
그러고 나서 어두운 골목길을 돌고 돌아 경사진 붉은 벽돌 주택으
로 안내했다. 지도가 없으면 다시는 못 찾아올 것 같은 집이었다. 골목
에 가로등도 없었다. 현관 바닥에는 전단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계단
을 몇 개 올라가 1층으로 들어갔다. 좁다. 신발 놓을 공간도 없었다. 방
2개 빌라인데 2억 3,000만 원이었다. 저녁에 늦게 오면 주차할 자리도
없다고 했다. 지금 살고 있는 마포 전셋집보다 못했다. 다시 언덕을 내려
32 | 그래도 아파트를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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