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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말이 맞았다. 두 번째로 본 아파트는 더 좋아 보였고, 세 번째

                  는 더 좋았다. 보는 눈이 없어서 보는 대로 좋아 보였다. 아파트를 고르

                  는 기준도 없었다. 집을 보고 나오면 그 집 살림살이만 기억에 남았다.
                  집을 보는 게 아니라 이삿짐 견적 내러 다니는 것 같았다. 5분도 안 되

                  는 시간 안에 뭘 봐야 하는지 몰랐다.

                     만 원짜리 옷도 거울에 비춰보고, 입어보고, 옆구리에 붙은 태그 뒤

                  집어서 면이 몇 퍼센트이고 폴리에스터가 몇 퍼센트인지를 확인하는

                  데도 5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런데 2억, 3억 원짜리 아파트를 5분

                  만에 휙 보고 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다니. 이상한 방식이다.




                     미리 아파트 도면과 구조를 파악하고 집을 보러 갔다. 그런데 부동

                  산 사장님들은 ‘여기가 거실이고요, 여기가 안방이고요’ 하면서 구조만
                  설명했다. 문을 열어놓으면 환기가 잘되고, 베란다 창을 조금 열어놓으

                  면 결로는 안 생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

                  하고, 겨울에도 난방비가 적게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10년 된 아파트

                  같은데 인테리어를 전부 다시 했다고 하고, 부자 되는 좋은 기운이 있

                  는 집이라고도 했다.




                     어제 봤던 사람이 계약금을 보내기 직전이라는 말은 어디를 가나
                  들었다. 같은 아파트를 꼭 나보다 하루 먼저 보러 온 사람이 있었다. 무

                  슨 각본 같았다. 멘트가 거의 비슷했다.





                                                  PART 1 월급만으로 미래를 바꿀 수는 없다  |  31






     01 그래도아파트_008~059_ok.indd   31                                         2021. 1. 15.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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