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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북쪽 외곽에 위치한 포인트레예스. 나는 태평양

              의 가장자리에 있는 바위 위에 서서 반짝이는 햇빛, 바람 그리고
              30~60센티미터 높이의 파도에서 느껴지는 짭짤한 기운을 마음껏

              들이마시고 있었다. “위험! 소리 없이 파도가 칠 수 있으니 바위에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적힌 팻말이 있었지만, 날이 워낙 화창해서
              내가 자리 잡은 바위를 향해 밀려오는 큰 파도는 없었다. 그때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얼음장 같은 물이 내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바위

              는 갑자기 미끄러워졌고 파도는 나를 끌어내렸다. 다행히도 나의 일
              시적 공포결핍증은 치명적이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해변을 산책할

              때마다 그 일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불안한 마음에 위험을 회피하게

              된다.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질 뻔했는데도 짜릿한 전율만 느낀 사

              람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전율을 아예 못 느낀 사
              람들에게는 정반대의 문제가 생긴다. 그들은 너무 큰 불안을 경험한

              나머지 다시는 바다 근처에도 안 간다. 언제든지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해수욕장에서 놀아도 재미가 전혀 없을 것이다.
              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위험의 기미만 보여도 식은땀을 흘

              리고, 긴장하고, 맥박이 빨라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겁에 질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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