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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해볼 걸 그랬어요.” 그날의 치료가 끝날 무렵 환자는 비

                    둘기에게 한 손을 얹었다. 비둘기도 환자와 똑같이 불안해하고 있었
                    다. 한 달 뒤 그녀는 트라팔가 광장에서 비둘기들에 둘러싸인 채 즐

                    겁게 점심을 먹었다고 자랑스럽게 알려왔다.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것

                    을 확인한 우리는 뛸 듯이 기뻤다.
                      노출치료는 환자만이 아니라 치료사에게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노출치료를 잘하려면 자신감, 살살 달래는 기술, 공감, 인내를 솜씨
                    좋게 배합해야 한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그토록 강한 불안을 견디라

                    고 요청하는 것이 잔인한 일 같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하지

                    만 환자의 빠른 회복을 눈으로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우리의 자
                    신감은 환자들에게도 전이됐다. 노출치료는 수술과 같아서 어느 정

                    도의 고통을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노출치료를 하면서 효과가 좋다는 점에도 놀랐지만 증상
                    이 개선되는 패턴에도 놀랐다. 어떤 환자들은 불안이 서서히 가라앉

                    는 모습을 보여줬다. 노출치료가 과거에 형성된 조건화를 뒤집는 과

                    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그런데 집중 치료
                    를 받던 환자의 불안이 급격히 감소하는 경우도 그만큼 많았다. 방

                    금 전까지 보아뱀을 보며 식은땀을 흘리고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애쓰던 환자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식이었다. “내가 왜 이딴 걸 무

                    서워했는지 모르겠네요. 자세히 보니 약간 귀엽기도 한걸요. 불안이

                    40으로 내려갔어요. 이제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놀라운 사례는 또 있었다. 뱀공포증에 시달리던 어느 여성 환자

                    가 손을 뻗어 뱀을 만져보려고 애쓰던 중에 불쑥 말했다. “오, 이럴






                                                     5장 당신의 불안이 당신을 보호한다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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