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P. 20

동치료 요법으로 공포증을 치료하면 새로운 증상들이 나타날 것이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걱정이 됐지만, 막상 실험을 해보니
              그런 사례는 한 건밖에 없었다. 다중공포증을 앓던 어느 남자 환자

              가 조류공포증이 개선된 다음 전반적인 불안 수준이 전보다 높아진

              경우였다. 다른 환자 수십 명은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을 짓눌렀던 공
              포증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치료법은 간단했다. 우리는 조류공포증이 있는 여성 환자가 있는
              방에 비둘기가 있는 새장을 가져가 최대한 새장에 가까이 가보라고

              요청했다. 환자는 방의 문간에 있는 새를 보더니 몇 분간 덜덜 떨고

              흐느껴 울면서 새를 치워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새를 치우고 나서
              환자에게 물었다. “새와 함께 있는 동안 맨 처음과 맨 끝에 같은 수

              준의 불안을 느꼈나요?” 환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요. 처음에는

              불안이 95 정도였는데 맨 나중에는 90으로 내려갔어요.” 우리는 환
              자에게 불안을 강하게 겪으면서 빠르게 회복하기를 원하는지, 아니

              면 불안을 약하게 느끼면서 천천히 회복되기를 원하는지 물었다. 환

              자는 빠른 회복을 선택했다. 그래서 우리는 새장에 들어 있지 않은
              비둘기를 데려와서 손에 들고 있다가, 환자가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노출치료를 받는 대다수 환자들과 마찬가
              지로 이 환자 역시 무척 용감하게 행동했다. 환자의 맥박은 130까지

              올라갔다. 땀을 흘리고, 몸을 덜덜 떨고, 겁이 나서 말을 제대로 못하

              면서도 그녀는 비둘기 쪽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환자의 불안은 80으
              로 떨어지고, 잠시 뒤 70, 그다음에는 50으로 내려갔다. 불안이 50으

              로 떨어지자 환자가 갑자기 긴장이 풀린 모습으로 말했다. “진작에






              150  이기적 감정
   15   16   17   18   19   20   21   2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