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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번갈아가면서.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웠다. 우울증에는 강력
한 무기력과 피로감이 동반되니까. 그 뒤로 4년, 아직 재발한 적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전보다는 기분이 좋다. 어떤 때는 살아 있어
서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병의 심각성은 내가 잘
안다. 관리를 그만두면 언제 다시 날 삼켜버릴지 모른다.
2015년 8월
우울증이 다시 시작된 것 같다. 불면증, 두통, 긴장감, 초조, 집중
력 상실, 모든 증상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운동할 때도
힘이 없다. 이 모든 게 어떻게 일어났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근원
이 무엇인지 안다.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정말 절망적이다.
2016년 9월
아직 살아가고 있다. 매우 괴롭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 즐거워
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2017년 6월
아직 살아가고 있다. 기억력은 더 감퇴해서 일상과 일에 영향을 주
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시간을 억지로 버티면서 죽기 살기로
견디고 있다. 이렇게 참고 견디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
만 그래도 오기가 생긴다. 운명과 도박을 걸고 있는 심정이랄까. 여
기서 걸어 나가고 싶다. 친구도 사귀고 싶고 내 집도 갖고 싶다.
034 1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