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P. 14
세 번째 악당: 모호함과 복잡성 선호
세 번째 악당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는 사실 모호하고
복잡하게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니라며 펄쩍 뛰지만,
진실이 그렇습니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흐릿하
고 모호하게 말하는 게 훨씬 쉽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Q: 예산이 얼마 듭니까?
A: 3억 원 정도 듭니다.(단순/명확)
B: 꽤 들 것 같습니다.(복잡/모호)
Q: 이번에 어떤 콘셉트로 할 건가요?
A: 최근 P사의 광고 보셨죠? 그것처럼 유머 코드로 할 생각입니
다. 20대의 호응이 눈에 띄더라고요.(단순/명확)
B: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취향으로 하려고요.(복잡/모호)
A처럼 단순하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보다 B처럼 모호하게 말하
는 게 훨씬 쉽습니다. B는 제대로 몰라도 할 수 있는 대답이며, 결
국 아무 말도 안 한 셈이기 때문에 나중에 트집잡힐 일도 없으니
까요. 그러니 우리가 이 악당과 의도적으로 싸우지 않는다면, 자
꾸만 모호하게 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1장 보고의 언어 / 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