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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악당은 ‘인지적 구두쇠 cognitive miser ’입니다. 이 개념은 미
국의 수잔 피스크 Susan Fiske 교수와 셸리 테일러 Shelley Taylor 교수가
1984년에 발표한 후 유명해졌습니다. 구두쇠가 ‘돈’을 아끼듯이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아끼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바른 판단
을 하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정보를 꼼꼼하게 수집하
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등의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은 뇌에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일을 웬만
하면 피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인지적 구두쇠를 매일 일터에서 목격합니다. 많은
사람, 특히 상사와 클라이언트는 우리의 얘기를 웬만해서는 집중
해서 듣지 않습니다. 일터는 종이컵의 식어버린 커피처럼 흥미 없
는 언어가 넘쳐나는 곳입니다. 온갖 평범한 아이디어 제안, 푸념
같은 설명, 장황한 배경 얘기, 회의를 위한 회의 등이 가득하니까
요. 피곤한 그들은 ‘을’인 우리와의 대화를 기본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합니다. 대충 흘려듣다가 중요한 얘기가 나오면
그때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하죠. 그러니 귀로는 듣고 있어도 뇌는
듣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소비자는 더 구두쇠입니다. 소비자와 소통하는 사람은
상사나 클라이언트가 ‘그나마 듣는 척’이라도 하던 것과는 달리,
‘아예 안 듣고 있는’ 끝판왕을 경험하게 됩니다.
Part Ⅰ: 단순하게, 소통하다 / 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