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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요. 경찰서에 다녀온 한 어머니의 말

              이,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신상을 경찰이 다 파악하고 있더랍니다. 그런

              아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 같다면서요. 그 말을 듣고 고민이

              되었습니다. 중학교 아이들은 또래 친구와의 관계를 무엇보다 소중하

              게 여기는데 어떻게 몰려다니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부모나 경찰이

              몰려다니지 말라 한다고 “네” 하고 따를까요?

                저녁에 남편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얘기했습니다. 남편은

              학폭위에서 제가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잘했다”며 격려해줬습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말을 남편에게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했

              습니다.

                다음 날 담임교사와 면담을 하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다며 어떻게

              든 잘 해결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담임교사와 면담을 마치고 저는 같

              은 가해자 어머니들을 급히 만나 담임교사에게 들은 얘기를 전했습니

              다. 그리고 어떻게 할지 의논했습니다. 한 어머니는 제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는지, 주변에서 더 심각한 상황을 봤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저

              를 안심시켰습니다. 저 역시 학폭위로 사건이 마무리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건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신고되기 전 처음 일이 생겼을 때 알았다면 어떻게든 해

              결해볼 수 있을 일이었습니다. 아이들 모두 처음 저지른 일이었으니까

              요. 하지만 그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피해학생에게 제대로 사과하지도





              28   ┃  1장 _ 내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가 되었습니다                                                                                      02 _ 가해자의 엄마로서 주눅이 들고 화도 나다   ┃  29








     가해자 엄마가 되었습니다.indd   28                                               2020-04-10   오후 5: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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