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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을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자잘한 일상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카우프만이나 로스처럼 내 시간을 추적하기 때문
이다. 나는 수년 간 이 일을 계속해오고 있다. 나는 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실험은 그보다 더 큰 의미를 갖게 됐
다. 시간을 염두에 두는 매일의 훈련은 시간에 대한 경험을 바꿔준
다. 삶을 음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명한 조경사인 비어트릭스
패런드Beatrix Farrand는 식물을 키우는 일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한 적
이 있다. “노동입니다. 그것도 아주 힘든 노동이죠. 하지만 동시에
끊임없는 즐거움이기도 해요.”
시간은 바로 정원과 같다. 내가 우리 집 창문을 통해 매일같이 바
라보는, 봄날의 수선화가 가을의 과꽃으로 이어지는 그런 정원 말이
다. 나는 패런드가 말한 노동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남편은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벌레 때문에 죽은 식물들을 뽑아낸다. 주말이면 장
미 나무의 가지를 치거나 국화를 심는다. 남편은 이 일을 좋아한다.
전기톱으로 가지를 다듬다가 응급실에 실려 갔던 사건을 제외하면
말이다. 정원사는 원예가 단순히 식물을 심어두기만 하고 잊어버려
도 되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원 가꾸기에도 평가
와 수정이 필요하다. 가장 튼튼한 식물일지라도 약점이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시간 관리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정원사는 자신이 가꾸는 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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