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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실이었다. 대학에 가서는 수업 대신 맛집을 순례했다.
             군 시절은 그 절정이었다. 군 역사상 최초로 식당을 맡은 장교가

          됐다. 백종원의 음식을 맛본 장군의 지시였다. 시내의 음식점들을 돌
          았다. 아귀찜 레시피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장군님께 만들어드리려

          고요. 일반인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요청을 주방장은 받아들였다. 기

          밀 레시피까지 아낌없이 퍼주었다. 군인한테 가르쳐줘 봐야 뭘 어쩌
          겠어. 착각이었다. 먹어보기만 해도 조리법의 80%를 알아내는 남자였

          다. 모든 노하우가 백종원의 것이 됐다. 호랑이가 자라났다.
             음식점을 할 생각은 없었다. ‘가방끈 짧은’ 사람이 음식 장사를 하

          던 때였다. 이래 봬도 명망 있는 교육자 집안의 장남이었다. 연세대 나

          온 남자였다.
             1993년, 우연히 찾은 부동산에서 망해가는 쌈밥집을 덜컥 인수했

          다. 전 재산 50만 원을 털었다. 그렇게 음식 장사의 길로 들어섰다. 집
          안의 거센 반대를 감내했다. 최고로 좋아하는 일이자, 최고로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요리를 위해 태어난 남자는 운명에 순응했다.





             배달 사고




          “부모님이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나요?”
             이 나라 청소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2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당신은 자녀를 사랑하나요?”                                               백종원    344         역지사지 학교    345

             같은 질문을 대상만 바꿔 부모에게 던졌을 때는 100%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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