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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오! 수정>은 홍상수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영화에서는 ‘시점’이
교차한다. 동일한 상황을 한 번은 남성의 시점으로, 또 한 번은 여성의
시점으로 보여준다. 시점에 따른 기억의 차이는 적나라하다. 남자의
잃어버린 장갑을 여자가 찾아주었다. 남자는 여자가 들고 있던 장갑
을 자신이 발견했다고 기억한다. 여자는 남자의 장갑을 자신이 먼저
건넸다고 기억한다.
키스에 대한 기억도 판이하다. 남자의 기억 속에서 여자는 키스가
좋았다며 수줍게 웃는다. 여자가 기억하는 건 첫 키스임을 고백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자신의 모습이다. 감독의 말은 인간의 본성을 겨냥
한다.
“기억은 욕망에 따라 변질된다.”
모두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사고한다. 자기중심적이다. 나는 아닌
영화 속에서 남자의 잃어버린 장갑을 여자가 찾아주
었다. 당시의 상황을 서로가 너무나 다르게 기억한
다. 홍상수 감독은 “기억은 욕망에 따라 변질된다”고
했다. 출처 | <오! 수정>
역지사지 학교 341